서킷 레이스와 업힐 레이스, 페이스를 다르게 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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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 서킷은 대열 안에서 힘을 아끼는 싸움이고, 업힐은 자기 한계선을 지키는 싸움입니다. 같은 사람이 같은 자전거로 나가도 두 레이스에서는 심박과 파워를 전혀 다르게 써야 합니다.
두 레이스는 힘이 쓰이는 모양이 다르다
레이스가 끝난 뒤 파워 그래프를 열어 보면 두 레이스의 차이가 한눈에 보입니다. 평지 서킷의 그래프는 톱니처럼 오르내리고, 업힐의 그래프는 거의 평평한 띠처럼 이어집니다. 이 모양의 차이가 페이스 운영의 차이입니다.
평지 서킷
- 대열 안에서는 혼자 달릴 때보다 훨씬 적은 힘으로 같은 속도를 냅니다.
- 코너를 빠져나올 때마다 짧고 강한 가속이 반복됩니다.
- 결과는 대개 마지막 바퀴의 자리 싸움과 스프린트로 갈립니다.
업힐
- 속도가 느려 대열의 도움이 거의 없습니다.
- 자기 한계선 근처의 힘을 오래 고르게 유지해야 합니다.
- 결과가 각자 낸 힘과 체중의 비율을 거의 그대로 보여 줍니다.
기준이 되는 숫자, 기능적 역치 파워
페이스를 이야기하려면 기준이 필요합니다. 파워미터를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쓰는 기준은 기능적 역치 파워, 흔히 FTP라고 부르는 값입니다. 대략 한 시간 가까이 버틸 수 있는 가장 높은 평균 파워를 뜻하고, 훈련과 레이스의 강도를 이 값의 몇 퍼센트로 나눠 이야기합니다.
강도 구간을 나누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운동생리학자 앤디 코건이 정리한 일곱 구간이 가장 많이 쓰입니다. 구간의 정의와 각 구간에서 기대하는 훈련 효과는 TrainingPeaks에 실린 코건의 파워 구간 해설(영문)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구분을 간단히 줄여 씁니다.
- 1구간 회복
- FTP의 55% 아래. 레이스 뒤 다리를 풀 때의 강도
- 2구간 지구력
- 56에서 75%. 대화하며 오래 달릴 수 있는 강도
- 3구간 템포
- 76에서 90%. 말이 짧아지기 시작하는 강도
- 4구간 역치
- 91에서 105%. 업힐 레이스의 중심이 되는 강도
- 5구간 이상
- 106% 위. 몇 분 이하로만 버틸 수 있는 강도. 서킷의 가속과 스프린트가 여기에 속합니다
숫자는 사람마다 크게 다르고, 같은 사람도 시즌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글의 비율은 흐름을 설명하기 위한 기준이며, 실제 훈련 강도는 자기 측정값과 몸 상태를 보며 정해야 합니다.
평지 서킷에서 힘 쓰기
서킷 레이스의 평균 파워는 생각보다 낮게 나옵니다. 대열 안에서 바람을 피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레이스가 끝나면 다리는 평균 파워에 비해 훨씬 지쳐 있습니다. 코너를 빠져나올 때마다 5구간 이상의 짧은 가속을 수십 번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서킷에서 지치는 이유는 평균의 높이가 아니라 출렁임의 횟수입니다. 같은 평균 파워라도 출렁임이 큰 레이스가 몸에는 훨씬 무겁게 남습니다.
그래서 서킷의 페이스 운영은 가속의 횟수와 크기를 줄이는 데서 시작합니다.
- 대열의 앞쪽 3분의 1 안에 머뭅니다. 뒤쪽일수록 코너마다 늘어진 대열을 따라잡느라 가속이 커집니다.
- 코너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자리를 잡습니다. 코너 안에서 추월하려 하면 위험하고 힘도 많이 씁니다.
- 앞사람과의 간격을 일정하게 둡니다. 간격이 벌어졌다 좁혀지기를 반복하면 그때마다 힘을 씁니다.
- 바퀴 수를 셉니다. 남은 바퀴를 알아야 아껴 둔 힘을 언제 쓸지 정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두세 바퀴에는 대열의 속도가 올라가고 자리 싸움이 치열해집니다. 여기서 앞쪽 자리를 지키는 데 힘을 쓰고, 결승 직전의 스프린트에 남은 힘을 모두 씁니다. 대열 안에서 자리를 옮기는 요령은 레이스 노트 평지 서킷 레이스 대열 읽기에 따로 정리했습니다.
업힐 레이스에서 힘 쓰기
업힐 레이스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출발 직후의 과속입니다. 오르막 초입에서는 다리가 가볍고 주변 선수들도 빠르게 치고 나가기 때문에 따라가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처음 몇 분을 한계선 위로 달리면 그 대가를 중반 이후에 몇 배로 치릅니다.
업힐의 기본은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힘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경사가 바뀌면 속도는 따라 바뀌어도 파워는 크게 바꾸지 않습니다. 경사가 세지는 구간에서 속도를 지키려고 힘을 올리면 금방 한계선을 넘습니다. 기어를 미리 가볍게 바꿔 다리 회전수를 유지하는 편이 오래 갑니다.
예를 들어 25분쯤 걸리는 업힐이라면 아래처럼 나눠 볼 수 있습니다. 비율은 설명을 위한 예시입니다.
- 처음 5분은 FTP의 95% 안팎으로 시작합니다. 주변이 빨라도 따라가지 않습니다.
- 가운데 15분은 FTP와 거의 같은 파워를 고르게 유지합니다.
- 마지막 5분은 남은 힘을 보며 조금씩 올리고, 결승 300m쯤부터 모두 씁니다.
오르막을 오르는 동안 엉덩이를 안장에서 떼고 서서 타는 구간은 짧게 두는 편이 좋습니다. 서서 타면 힘이 더 들어가는 대신 금방 지칩니다. 업힐 결과는 대열의 도움이나 결승 자리 싸움의 영향이 적어 실력을 비교적 정직하게 보여 줍니다. 결과가 얼마나 흔들리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레이스 결과, 실력일까 운일까에서 이어집니다.
언덕이 섞인 순환 코스
동호인 대회에는 순수한 평지 서킷이나 순수한 업힐보다 언덕이 한두 개 섞인 순환 코스가 더 많습니다. 이런 코스에서는 한 바퀴 안에서 두 가지 운영을 번갈아 써야 합니다. 언덕에서는 대열이 늘어지며 선두 쪽이 속도를 올리기 쉬우니, 언덕 초입에 대열 앞쪽에 있어야 정상에서 뒤로 밀려도 무리 안에 남을 수 있습니다. 언덕 위에서는 업힐처럼 고르게 오르되, 정상 직전 몇십 미터에서 무리와의 간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한 번 힘을 더 씁니다.
내리막과 평지에서는 다시 대열 안으로 숨어 회복합니다. 언덕이 있는 순환 코스에서 대열이 갈리는 곳은 대개 언덕 정상과 그 직후의 내리막입니다. 바퀴가 거듭될수록 언덕에서 쓴 힘이 쌓이므로, 첫 바퀴의 언덕을 너무 세게 오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박계만 있을 때
파워미터 없이 심박계만 쓰는 동호인도 많습니다. 심박은 힘을 쓴 뒤 몇십 초에 걸쳐 천천히 올라가는 성질이 있어서, 짧은 가속이 반복되는 서킷에서는 실제 강도를 늦게 보여 줍니다. 서킷에서는 심박보다 호흡과 다리의 느낌을 기준으로 삼는 편이 낫습니다.
반대로 업힐처럼 강도가 고르게 이어지는 레이스에서는 심박이 꽤 쓸모 있습니다. 평소 훈련에서 20분쯤 고르게 버틸 수 있었던 심박을 기억해 두고, 업힐 초반에 그 심박을 넘지 않도록 조절하면 과속을 막을 수 있습니다. 더운 날에는 같은 강도에서도 심박이 더 높게 나오니 숫자만 고집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잠이 부족하거나 긴장한 날에도 심박이 평소와 다르게 움직입니다.
훈련으로 준비하기
두 레이스는 필요한 능력이 다르므로 준비하는 훈련도 달라집니다. 아래는 레이스를 몇 주 앞두고 일주일에 한두 번 넣을 수 있는 훈련의 예시입니다.
- 서킷 준비
- 30초 강하게, 30초 가볍게를 여러 번 반복하는 짧은 가속 훈련. 그룹 라이딩에서 간격을 유지하며 달리는 연습
- 업힐 준비
- 8분에서 20분 길이의 오르막을 역치 근처로 고르게 오르는 반복. 오를 때마다 처음과 끝의 파워 차이를 줄이는 데 집중
- 공통
- 2구간 강도로 오래 달리는 지구력 훈련. 두 레이스 모두 이 바탕 위에서 강도를 얹습니다
강도 높은 훈련은 회복이 충분할 때만 효과가 있습니다. 피로가 쌓인 상태라면 계획보다 휴식을 먼저 챙기세요. 훈련 강도와 몸 상태에 관한 일반적인 주의는 면책 고지의 건강 항목에도 적어 두었습니다.
레이스 뒤 그래프 읽기
파워미터나 심박계 기록이 있다면 레이스가 끝난 뒤 그래프를 한 번 펼쳐 보세요. 서킷이었다면 5구간 이상으로 치솟은 가속이 몇 번이었는지 세어 봅니다. 같은 코스에서 다음에 그 횟수가 줄었다면 자리 잡기가 나아졌다는 뜻입니다. 업힐이었다면 처음 5분과 마지막 5분의 평균 파워를 비교합니다. 처음이 마지막보다 크게 높았다면 초반에 과속한 것이고, 둘이 비슷하거나 마지막이 조금 높았다면 고르게 오른 것입니다.
이렇게 레이스마다 한두 개의 숫자만 뽑아 적어 두면, 순위가 흔들리는 중에도 페이스 운영이 나아지고 있는지를 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급과 장비의 차이
서킷 레이스는 한 시간 안팎으로 짧고 대열 안에서 손을 놓을 틈이 적어, 레이스 중 보급보다 출발 전 식사와 물이 더 중요합니다. 업힐은 시간이 짧다면 물통 하나로도 충분하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 필요 없는 짐을 내려놓는 선수도 많습니다. 장비도 조금 달라집니다. 업힐에서는 가벼운 기어를 미리 준비해 다리 회전수를 유지하기 쉽게 하고, 서킷에서는 코너에서 안정적으로 제동할 수 있도록 브레이크와 타이어 상태를 더 꼼꼼히 봅니다.
코스를 보고 레이스 성격 읽기
대회 요강의 코스 정보만 봐도 어느 쪽 페이스 운영이 필요한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 바퀴 길이와 코너 수, 결승선 위치, 전체 상승 고도를 봅니다. 짧은 순환 코스에 코너가 많고 결승이 평지라면 서킷형 운영을, 결승이 오르막 끝에 있다면 업힐형 운영을 준비합니다. 마을 축제와 함께 열리는 짧은 서킷 레이스는 레이스 노트 동네 축제 레이스 즐기는 법에서 따로 다룹니다. 언덕이 있는 순환 코스는 두 가지가 섞입니다. 언덕에서는 업힐처럼 고르게 오르고, 내리막과 평지에서는 대열 안에서 회복하는 식으로 구간마다 운영을 바꿔야 합니다.
자주 받는 질문
FTP를 모르면 어떻게 강도를 정하나요?
처음에는 체감 강도로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대화가 가능한 정도, 말이 짧아지는 정도, 말을 할 수 없는 정도로 나눠 쓰다가 측정 장비가 생기면 숫자로 옮기면 됩니다.
서킷에서 계속 대열 뒤로 밀려요.
코너 직전에 자리를 잃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직선 구간이 끝나기 전에 미리 한두 자리 앞으로 옮겨 두는 연습을 그룹 라이딩에서 해 보세요.
업힐에서 처음에 따라가지 않으면 너무 뒤처지지 않나요?
초반에 벌어진 거리는 중반 이후 과속한 선수들이 지치면서 상당 부분 줄어듭니다. 결승선에서의 기록이 중요하지, 처음 몇 분의 순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